비둘기호의 추억
스산한 바람이 나목에 매달린 마른 잎새를 떨구고 마른 갈대숲 위로 철새들이 비행에 한창인 늦가을의 풍경은 쓸쓸한 우수를 자아낸다. 가을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카페에서 향기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멈춰버린 시계태엽처럼 마음껏 게으름에 취해본다. 젊은이는 늘 꿈을 먹고살고 노인은 추억으로 삶의 위안을 삼는다고 하는 데 어정쩡한 나는 무엇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까. 이 맘 때면 또 다른 세상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는 버릇이 재발한다. 지금도 가끔 기차를 이용할 때가 있지만 예전 비둘기호의 추억은 각별한 애틋함으로 남아있다. 급할 것 없이 천천히 달리던 비둘기호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폐선이 된 지 오래지만 경남 진주에서 하동쯤으로 다니던 완행 비둘기호는 꾸밈없는 산골처녀처럼 수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