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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2

남자들도 때로는 수다를 떨자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주의밑에서 자란 탓인지 남자는 말이 많아도 안된다, 잘 울어서도 안된다, 부엌 근처에 가서도 안된다는 묵시적인 환경에 익숙해진 탓인 지 지금도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라면 끓이는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 맞벌이 부부면서 늦둥이 딸을 두었는 데 막내딸은 엄마가 없을라 치면 "아빠, 우리 라면 먹을까? " 하며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아니, 엄마는 잘해주지 않는 요리를 은근히 요구한다. 눈치가 9단이다. 요리를 잘하면 몸에 더 좋은 것도 해주고 싶은 데 나름 레시피라고 검색해서 요리를 해보면 국적불문의 이상한 퓨전요리가 되어 식구들 누구 하나 수저를 대지 않으니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로서 자격미달이다. 그나마 아내가 잘 봐주는 것은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 먹는 ..

에세이 2024.01.08

4월

앞다투어 피어나던 꽃잎들이 바람에 떨어지고 신록의 잎새들이 돋아나는 4월의 산들은 마치 수채화를 캔버스에 옮겨놓은 듯 싱그럽다. 아직도 아침저녁은 제법 쌀쌀하니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행여 냉해나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그래도 한낮에는 제법 온도가 올라가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가 푸릇하여 식탁에 오른다. 달래를 좋아하여 아내는 달래장을 만들어 놓았다. 달래장에 밥을 비벼 들기름을 두르고 비벼먹으면 달래향이 입안 가득 퍼져 입맛을 돋운다. 두릅순 엄나무순을 따다 삼겹살과 같이 구워도 먹고 데쳐서 장에 찍어먹는 행복감도 이 4월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논농사는 못자리를 만들고 논을 일구며 벼농사준비가 한창이다. 겨울을 견딘 청보리가 제법 푸릇푸릇하고 그 위로 종달새 한 쌍이 서로 희롱하며 날아다닌다..

에세이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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