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제7병동 3부

카인과 아벨k 2024. 1. 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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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병동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다. 법  없이도 살만큼 순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툭하면 푼돈을 빌리고 고래심줄처럼 갚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먹지 말라는 술을 몰래 마시고 와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주정뱅이가 골치를 아프게도 하였다. 취미생활도 취향대로 제각각 다양하여 낚시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물가로 몰려다니며 강태공의 후예를 자처하였고 방에서 좀처럼 잘 나오지 않는 은둔자들은 책과 음악에 파묻혀 세월을 잊었다. 썰렁하고 칙칙한 옥상을 천국의 하늘정원으로 바꾸어 놓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화분마다. 눈물겨운 생명의 손길을 쏟아부었다. 마땅하게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쓸모없는 참견인 노릇도 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병동 맞은편에 있는 지하 길다방에서 젊은 날의 무용담을 거품처럼 늘어놓으며 "젊은 오빠, 나도 한 잔?" 진한 화장으로 눈웃음을  살살치며 헤헤거리는 아가씨의 말만 한 엉덩짝을 실없이 툭툭 치면서 용하게도 소일거리를 찾아내곤 하였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이 찾아오면 깊은 산사(山寺)의 고요함으로 뒤덮였고 병동은 에스키모의 이글루처럼 세상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어떤 때는 환자들의 인권투쟁과 복지후생을 위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며칠 씩 진을 치고 농성을 벌이기도 하고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수없이 보내기도 했다. 힘겨운 단체행동을 할 때마다 정부는 귀찮다는 듯 조금씩 산업재해보상조건을 완화해 주었고 투쟁은 정당화되었다. 그들은 불나방처럼 병마에 몸을 태우면서도 오랜 병동생활로 인하여 무심해진 남은 가족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4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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