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제 7병동 2부

카인과 아벨k 2024. 1. 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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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은 작은 의료원안에 특정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만 격리수용하는 이층 블록건물이다. 건축한 지가 오래되었는지 여기저기 벗겨진 흰색페인트의 외관은 창백한 환자들의 얼굴을 닮아있었고 일반병동처럼 병문안 오는 사람도 드물어 자칫, 텅 빈 건물로 오해할 만큼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병실복도에 들어서면 간단한 개인취사도구도 눈에 띄었고 생기 없이 퀭한 눈으로 바라보는 깡마른 사내들의 ㅁ무표정한 눈길이 따가운 화살처럼 날아왔다. 습한 여름철에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병원특유의 약물냄새가 뒤섞이어 비위를 건드렸다. 눅눅해진 복도구석에서 음습한 그림자가 스멀스멀 돌아다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곳, 이곳은 제7병동이다.  탄광촌에서 폐질환을 얻은 사람들이 불치의 선고를 언도받고 기약 없이 요양하면서 치료를 받는 곳이다. 연령층도 제각각 사십 대 초반의 장년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까지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멀어진 채 그렇게 덧없이 세월을 보내는 곳, 그곳에 나의 아버지가 있었다. 새벽이 되면 마른기침소리에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7병 동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의 종착역으로 떠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었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힘이라면 둘째 가기 서러울 정도로 항우장사였다. 단지, 화기火氣를 타고 난 때문인 지 늘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떠돌았다. 밖에서는 호인이었지만 집에서는 무척 엄격하여 아버지 그림자만 봐도 우리 사 남매는 까닭 없이 두려워 쩔쩔맸다. 아버지의 독선과 고집의 그림자에 가린 어머니는 말대꾸 한 번 못하고 평생을 보내다 종당에는 아버지 병시중을 들고 있다. 거뭇거뭇 콧수염이 자라기 시작한 사춘기 때는 집밖으로 나돌면서 반항심도 생겨났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철없는 다짐까지 했었다. 그런데, 아비지의 힘든 병상생활이 길어지고 이를 지켜보던 나의 처마 끝 고드름처럼 날카로웠던 가슴속 분노가 어느 순간 봄눈 녹듯 스러져갔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가장으로서 짊어졌던 무거운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다. 내가 마음의 빗장을 열기 전에 아버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말없이 기다려 주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오래전부터 막내아들의 투정을 용서했는 지도 모를 알이다. 아버지 곁에서 생쥐가 고목을 조금씩 갉아먹듯 칼로 도려내는 육신의 고통으로 짜증 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능함에 자책만 쌓여갔다. 3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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