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재배일기

농사 가장 힘든 시기다.

카인과 아벨k 2023. 8. 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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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절은 8월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 유독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들녘의 곡식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옛 어른들도 "장마뒤에는 먹을 게 없지만 가뭄뒤에는 풍요로운 결실이 있다"라고 하였다. 벌써 논에 벼는 이삭을 내밀고 있다. 올해는 추석이 9월 말쯤이니 아마도 햅쌀밥을 차례상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 년 중 가장 농사짓기가 힘든 시기가 요즘이다. 한낮의 무더위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주말농장을 하든 더 많은 평수의 농사를 짓든 더위와의 전쟁, 잡초와의 전쟁이 바로 요즘 가장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일찍이나 해거름 녘에 농장을 관리하고 한 낮은 피하는 게 좋다. 자칫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일주일마다 따는 고추는 지난번 폭우로 탄저병이 돌아 소출이 줄었지만 자연이 주는 만큼 만족하는 것도 삶의 지혜다. 이 맘 때는 김장을 위해 밭을 정리하고 배추와 무 쪽파를 심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을상추도 이식하면 가을 내내 식탁에 신선한 야채를 올릴 수 있다. 한낮에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울음소리가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엊그제 파종한 것 같은 데 벌써 들깨가 허리춤까지 자랐다. 들깨는 너무 촘촘히 심지 말아야 되는 데 심다 보면 자꾸 촘촘해진다. 들깨순을 한 두 번 쳐주면 꽃대가 많아져 소출이 늘어난다. 들깨는 웬만한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잎이 오그라드는 짓딧물에 취약함으로 한 두 번 약을 쳐주는 것도 좋다. 물론 나처럼 들깻잎을 좋아한다면 약 치기 전에 따서 밑반찬으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배추 무 쪽파 심을 때는 미리 토양살충제를 뿌려 해충을 막아주고 특히 배추는 결구되기 전까지 수시로 벌레를 잡아주는 수고가 필요하다. 벌써 조상묘 벌초하는 예초기 소리가 요란하다. 이 맘 때는 벌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말벌이나 땅벌이  집을 짓고 왕성히 활동한다. 그래서 벌초할 때나 산행할 때는 반드시 에프킬러를 휴대하고 잘 살펴봐야 벌에 쏘여 나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제 하늘은 높아가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함께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찾아오고 있다. 바람에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와 어지럽게 나는 고추잠자리도 가을을 반긴다. 힘든 수고의 땀방울이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다준다. 조금만 더 버티고 힘을 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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