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주의밑에서 자란 탓인지 남자는 말이 많아도 안된다, 잘 울어서도 안된다, 부엌 근처에 가서도 안된다는 묵시적인 환경에 익숙해진 탓인 지 지금도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라면 끓이는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 맞벌이 부부면서 늦둥이 딸을 두었는 데 막내딸은 엄마가 없을라 치면 "아빠, 우리 라면 먹을까? " 하며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아니, 엄마는 잘해주지 않는 요리를 은근히 요구한다. 눈치가 9단이다. 요리를 잘하면 몸에 더 좋은 것도 해주고 싶은 데 나름 레시피라고 검색해서 요리를 해보면 국적불문의 이상한 퓨전요리가 되어 식구들 누구 하나 수저를 대지 않으니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로서 자격미달이다. 그나마 아내가 잘 봐주는 것은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 먹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