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월

카인과 아벨k 2023. 4. 19.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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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투어 피어나던 꽃잎들이 바람에 떨어지고 신록의 잎새들이 돋아나는 4월의 산들은 마치 수채화를 캔버스에 옮겨놓은 듯 싱그럽다. 아직도 아침저녁은 제법 쌀쌀하니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행여 냉해나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그래도 한낮에는 제법 온도가 올라가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가 푸릇하여 식탁에 오른다. 달래를 좋아하여 아내는 달래장을 만들어 놓았다. 달래장에 밥을 비벼 들기름을 두르고 비벼먹으면 달래향이 입안 가득 퍼져 입맛을 돋운다. 두릅순 엄나무순을 따다 삼겹살과 같이 구워도 먹고 데쳐서 장에 찍어먹는 행복감도 이 4월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논농사는 못자리를 만들고 논을 일구며 벼농사준비가 한창이다. 겨울을 견딘 청보리가 제법 푸릇푸릇하고 그 위로 종달새 한 쌍이 서로 희롱하며 날아다닌다. 4월 말부터 5월 초는 일 년 중 가장 분주한 시절이기도 하다. 고추도 심고 옥수수 가지 고구마 수박 참외등 갖가지 작물을 파종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3월 말 께 심은 감자는 뾰족이 고개를 내민다. 6월 하지에 수확하니 손이 여러 번 간다. 그래도 수확한 것들을 가족 지인과 더불어 나누어 먹는 기쁨에 그간의 노고도 잊게 되고 뿌듯한 보람으로 되돌아온다. 땅은 거짓말을 하자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침저녁으로 정성을 다해 돌봐주면 그만큼 잘 자라는 것이 마치, 자식을 키우는 부모마음과 같다. 남들은 "그냥 사다먹지 뭣하러 사서 고생이냐" 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건강한 대지위에 곡물을 키우는 그 참맛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밭에 나가 일을 하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도 풀린다. 아름다운 계절 4월이 시나브로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아카시아향 가득한 오월이 또 기다려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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