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남자들도 때로는 수다를 떨자

카인과 아벨k 2024. 1.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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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주의밑에서 자란 탓인지 남자는 말이 많아도 안된다, 잘 울어서도 안된다, 부엌 근처에 가서도 안된다는 묵시적인 환경에 익숙해진 탓인 지 지금도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라면 끓이는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 맞벌이 부부면서 늦둥이 딸을 두었는 데 막내딸은 엄마가 없을라 치면 "아빠, 우리 라면 먹을까? " 하며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아니, 엄마는 잘해주지 않는 요리를 은근히 요구한다. 눈치가 9단이다. 요리를 잘하면 몸에 더 좋은 것도 해주고 싶은 데 나름 레시피라고 검색해서 요리를 해보면 국적불문의 이상한 퓨전요리가 되어 식구들 누구 하나 수저를 대지 않으니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로서 자격미달이다. 그나마 아내가 잘 봐주는 것은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 먹는 타고난 식성과 늘 감사하게 먹는 점 정도인 것 같다. 언젠가. 한 번은 아내생일에 모처럼 미역국을 끓인다고 미역 한 봉지를 물에 불렸다가 냄비에 넣고 끓이니 미역이 끓어올라 주방이 난장판이 된 이후로는 설거지나 하고 청소나 세탁기 돌리는 정도만 한다. 그나마도 장족의 발전을 하여 김치찌개정도는 끓이는 수준은 되었지만 영 맛은 시원치 않다. 그래도 우리는 부부간이나 가족 간에 대화가 참 많은 편이다. 그날의 소소한 일상이든 고민이든 터놓고 얘기하길 좋아하니 소통도 잘되는 것 같다. 아마도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나 크게 권위적인 면이 없는 것 같다. 친구 같은 부부, 허물없이 아이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어색함도 없고  편한 사이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옛말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의 덕목을 중요시한 것 같다. 소한이 지나 날씨는 춥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화목한 사랑은 따뜻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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